[book review] 마케터의 일 - 계속 듣고 싶은 잔소리







 저는 UI 디자이너이지만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다보면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 지, 우리 회사와 일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은 지에 대해 알리는 마케터가 되어야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때마다 “어떻게 해야 회사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 마케팅 효과를 빠르게 보기 위해선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으로 하루를 채우기도 합니다. 그런 와중에 평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배달의 민족에 다니는 마케팅팀을 이끌고 계신 분이 마케팅에 대한 책을 썼다고 하여 읽어보았습니다.















평소 배달의 민족에 대한 인상을 말하자면 “어떻게 배민 사람들은 저런 (독특한) 발상을 했을까?” 입니다.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제일 이뻐>,<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치킨은 살 안쪄요> 와 같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문구,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던 치믈리에 시험, 완전하지 않은 듯 포인트가 되는 폰트 등 그저 음식 주문 서비스를 하는 회사인데 재밌어서 자꾸만 관심을 갖게 되는 기업입니다. 그러한 인상을 만드는 데 있어 브랜딩과 마케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배달의 민족에서 장인성씨가 마케터로써 일을 하며 어떤 경험을 하고, 그걸 팀원들과 작업으로 이어나가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자세히 정리되어 있는데요. 네 파트로 나뉘어진 목차부터 어떤 말을 하고싶은 지가 명확하게 보여서 참 좋았습니다. 각 주제에 맞는 저자의 에피소드가 들어있는데 정말 술술 잘 읽히면서도 의외인 것 같으면서도 재밌는 부분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짧게 쓰려고 했지만 와닿고 좋았던 부분이 너무 많아서 분량조절 실패할 것 같은데요. 각 파트에서 좋았던 문장들과 함께 개인적인 생각을 추가해보았습니다. 








1. 마케터의 기본기

첫 챕터에는 마케터로써 가지고 있어야할 기본적인 태도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일상에 사소한 소비의 경험부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 어떨 때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지에 대해 인지하고 그 경험들을 기억하는데에서 소비자들로부터 구매의 과정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 많은 공감을 했어요. 저 역시도 UX 설계를 하는데 있어서도 스스로 구매나 앱을 이용하는 과정을 잘 관찰하여 어떻게 하면 더 매끄러운 플로우를 형성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하는 편입니다. 그런 데 있어 마케팅과 UX(정확히는 UI디자인)가 사용자의 경험에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점이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챕터를 끝낸 후 느낀 점은 일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러한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써 어떤 자세로, 어떤 시야로 세상을 봐야하는 지에 대한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p.29 잘 아는 소비자를 상대하는 게 더 쉽고, 훨씬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원래 똑똑해서 노력하지 않아도 공부 잘했던 사람은 좋은 교사가 되기 어렵습니다. 이 쉬운 걸 왜 모르는지 이해가 안 되니까요. 유능한 선수라고 다 유능한 코치가 될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돈 걱정 없이 소비생활을 해온 사람이 대중을 상대로 마케팅하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p.39 결국 성장은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처음에 주어진 틀 안에서 편안하게 머물러만 있으면 성장은 더딥니다. 관찰하고, 생각하고, 또 다르게 생각하고, 해보고, 배워나가고, 실패하고, 바꾸는 사람이 성장하죠. 호기심이 많은 사람, 흡수력이 좋은 사람, 나아지려는 욕구가 있는 사람, 생각하고 관찰하기 좋아하는 사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사람과 함께 성큼성큼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p.56 ‘싫은 것’과 ’이해 안 되는 것’을 구분하지 않으면, 어느새 우리는 좋아하는 것만 이해하는 사람이 됩니다. 싫은 것은 이해할 수 없게 되죠. 좋아하는 것만 이해하며 살아도 괜찮겠지만, 마케터인데 ‘이해할 수 없는’ 것/사람들이 많으면 좀 아쉽지 않나요? ‘이해가 안 돼’라는 말이 ‘이해력’을 망칩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상상하고 공감하는 일이 직업인 마케터에게는 나쁜 표현입니다.










2. 마케터의 기획력


보통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기획이죠. 그래서 꽤 많은 시간을 기획에 쏟기도 하는데요. 그 속에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되는 이유와 안되는 이유를 함께 생각하며 긴긴 회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 꽤 많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가볍게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재밌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빠르게 초안을 완성한 후 수정을 하면서 완성도를 높여간다고 하는 점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획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왜’에 집중하며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 사용할 것이며 어떤 부분에서 흥미를 유발할 것인 지에 대해 고민을 한다고 합니다. 당연한 듯한 말이지만 적용시키기 쉽지 않은 점들에 재미를 더해 일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흥미로웠습니다. 







p.73 ‘평균’으로 ‘보통’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달라요. 평균은 낼 수 있지만 보통이란 건 없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변방에 있는 셈이에요. (중략) 우리 모두를 각각 다른 개인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비로소 소비자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p.81일 잘하는 사람들은 ‘왜’를 먼저 확인합니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지 분명히 합니다. ‘왜’와 ‘목표’는 이어져 있습니다. ‘왜’를 찾고 ‘목표’를 알고 공감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함께 일하는 모두가 ‘왜’ 하는지 공감하고 일할 때 비로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p.123 저와 동료들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면 일단 된다고 생각하고 서로서로 되는 방법들을 내놓으며 한참 앞으로 가봤다가, 그래도 영 아니면 그때 돌아옵니다. 안 되는 아이디어로 한번 끝까지 가보는 거, 생각보다 재미있어요. (중략) 계속 되는 방법을 찾아내고, 안 될 만한 이유는 고치고 보완했죠. 하려고 들면 고칠 점이 보이고, 안 하려고 들면 안 되는 이유가 끝도 없습니다.











3. 마케터의 실행력



어떤 일이든 결과물을 내놓는 일은 참 중요하고 많은 사람들이 결과물로 프로젝트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요. 그 결과물을 내는 과정에 대해서 말하는 이 챕터에서는 함께 협업하는 사람들과 일을 어떻게 진행해나가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만약 열심히 준비했는데 실패하게 된다면 누가 잘못했는지 따지는 것보다 어떻게 빠른 수습을 할 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한다는 점과 각 파트별 팀원들끼리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으면 바로 질문을 하고 서로가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일을 하는 데에 있어 양쪽 귀를 틀어막고 내가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p.142 결정된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도 달랑 결과만 말할 게 아니라 누가 결정했는지, 어떤 배경에서 어떤 이유로 결정했는지, 그 결정에 대해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주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생각은 어때요?’ 하고 물어봅니다. 그래야 듣는 사람도 의견을 말할 기회가 생깁니다.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은 질문과 대화를 통해 의견 차이를 좁히고, 결정을 수정하기도 합니다. 결정을 수정했다면, 이 결정은 전보다 나아진 거겠죠. 



p.161 설득은 이해시키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설득의 절반은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이해하려면 여백이 필요합니다. 아직 마음을 굳히지 않은 공간 말이죠. 확고하지 않은 믿음이 필요합니다. 때로 내가 설득당해도 됩니다. 내 의견을 관철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의 해결책이 나아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마케팅은 계속 가능성을 높여가는 과정입니다. 확신할 것도 없고 열광할 것도 없습니다. 비난할 필요도 없습니다. 놀라울 일도 없어요.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하면 더 잘될 것 같은데요’, ‘이게 좀 더 나을 것 같아요’ 정도입니다. 

p.166 저는 매력 있는 동료의 조건으로 ‘믿음’과 ‘관심’을 꼽습니다. 사람은 나를 믿어주는 사람을 믿어요. 내가 먼저 대뜸 믿습니다. 그리고 좋아합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쩐지 나도 좋아하게 되잖아요. 함께 일하는 사람을 저는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것까지 일이라고 생각하고 좋아해요. 좋아하기 정말 어려운 사람도 가끔 있지만요.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궁금해하고, 하려는 일에 관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사실 타고난 성격상 잘 못하는데 노력하고 있어요. 고민이 있을 때, 도움이 필요할 때 쉽게 말할 수 있도록, 기왕이면 말하기 전에 먼저 알아채고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도록.










4. 마케터의 리더십


리더십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엄청난 능력을 지닌 조직장이어서 ‘이건 이렇게’,’저건 저렇게’ 하면 완벽해! 하며 끌어주는 능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 각 직원들이 잘하는 것을 더 키워주고 함께 시키지 않아도 재밌어서 끝까지 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회사 대표님을 보면서도, 이 챕터를 보면서도요. 저자는 가능한 쉬운 사람이 되어 팀원들과의 장벽을 낮추어 이야기가 오가는 것이 어렵지 않도록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일은 혼자 할 수 없고, 함께 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니까요. 흔히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을 생각하면 떠올려지는 보수적 이미지가 아닌 팀원들 각자가 열심히 하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언젠가 팀을 관리할 일이 생긴다면 잊지 않고 실천해보고 싶습니다.








p. 186 당연하게도 누구나 틀릴 수 있고, 조직장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리더가 구성원보다 뭐든지 많이 알고 항상 옳아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면 모두 행복하고 일도 잘돼요. 내가 먼저 ‘잘못했다’,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 됩니다. 리더가 틀렸다고 인정하면 멤버들이 움직일 틈이 생겨요. 

p. 195 ‘게으르다’는 것은 팀원들이 스스로 하도록 만들어준다는 뜻입니다. 큰 결정만 하고, 일의 목표에 맞게 제대로 가고 있는지 가끔 확인하고, 목표에 맞는 적절한 리소스를 결정하는 일만 하고, 나머지 작은 결정은 함부로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의견을 구할 때에만 ‘이건 그냥 내 의견’ 정도로 말하려고요. 작은 결정도 조직장이 다 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기면 팀원들이 스스로 생각을 못하게 됩니다. 결정할 수 있어야 더 많이 생각합니다.

p. 201 일이 재밌으면 재미와 스트레스를 동시에 느낍니다. 잘하고 싶을수록 ‘잘못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커지죠. ‘이 정도면 됐어’라고 할 수 있는 기준점도 높아집니다. 누군가의 일을 대신 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 일 내가 하는 건데 대충 할 수 없죠. 극도의 스트레스를 안고도 계속 더 잘하고 싶은 건 재미와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일 겁니다. 이건 감시와 질타로는 닿을 수 없는 경지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따라올 수 없다고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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